토니 모리슨과 오영하
 laopassana  | 2009·10·16 09:28 | HIT : 1,975 | VOTE : 161 |
일주일 사이 겉에 두르고 다니는 섬유의 무게가 점점 늘어나게 돼 최저기온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화씨 30도(섭씨로는 영하 1도)까지 내려가 있다. 세번째 맞는 이곳의 가을학기이지만 10월 중순에 찾아오는 초겨울 날씨는 여전히 적응하기가 영 어색하다. 게다가 오늘 오후엔 끝내 첫눈마저 내려주시니 가을과는 서둘러 작별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이번 추위가 들이닥치기 훨씬 전인 지난 달 말 평소 좋아하던 작가 토니모리슨을 만나...았다기 보다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코넬대학 영문과 어느 교수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방짝의 인맥 덕택으로 문예창작 100 몇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동문작가 공개 리딩 및 대담 마지막 일정으로 잡혀 있던 모리슨 행사 좌석 티켓을 공짜로 얻게 된 것이다, 그것도 2장이나! 친구 자가용을 얻어 타고 1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니 널찍하고도 화려한 캠퍼스가 눈에 들어온다. 모리슨의 강독행사는 이 대학에서 가장 큰 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해 비교적 나쁘지 않은 자리를 꿰차고 앉아 조금 지나니 무언가 시작할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어 대학 총장과 학과장의 친절하고 열정적인 소개로 모리슨이 등장한다.

70대 중반으로 접어든 지도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해 보이고, 건장하다. 특유의 회색 레게 헤어스타일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내 뇌리에 몇 안되는 '개념작가군'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저자를 두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듣고 있으니 이래저래 다 좋아보인다.

그러나 이 좋은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아 약간의 실망과 아쉬움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홀에 들어서며 건네받은 행사 안내문을 뒤늦게서야 살펴보게 되었는데, 원래 하루 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던 모리슨의 강독 및 대담 행사가 이틀에 걸쳐 나뉘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에 걸맞는 예우차원에서 갑작스레 변경이 된 것이라 짐작이 가고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틀 연속 이곳으로 출근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행사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작품 낭독 후 작가와의 대담과 사인행사를 내심 기대했었는데, 최근작 [자비](A Mercy) 일부 귀절을 그녀의 육성을 통해 직접 전해 들은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계속 미뤄왔던 학부생 페이퍼 과제물 채점에 닷새 가량을 소비해 가까스로 돌려주고 나니 이후 일정이 꼬이기 시작한다. 120명의 학생 수도 그렇지만, 이번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에세이들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띄어 일일이 첨삭하고 코멘트를 달아주다 보니 소요시간이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 것 같다. 담당 학생이 60명이었던 예전엔 하루 하고 반나절이면 충분했던 걸 보면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거나 변한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이 이상해졌거나, 내가 변했거나.

꼬인 일정 속에서 어렵사리 중간 페이퍼를 제출하고 나니 조만간 잡혀 있는 발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토니 모리슨, 에세이 채점과 중간 페이퍼 제출을 뒤로 하고 나니 어느새 영하의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반갑지가 않구나, 오, 영하씨!

finching '영하'의 정체가 두번째 줄에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영하는 누구인가,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더라는...^^;; 갑자기 추워질 땐 건강 조심, 귀국 날짜 손꼽고 있겠슴다.^^

09·10·24 22:56 삭제

laopassana '오영하'는 북반구 사람들에게 여러 종류의 희노애락과 지혜를 전해주는 소중한 존재임에 틀림없는 것같습니다.^^ 달력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네요. 정말 돌아가는 것인지, 아님 갑작스레 무슨 일이 생겨 주저앉게 되거나,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달력을 안 보려고 노력하는데, 주말에는 영락없이 잡생각이 많아집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 어서 돌아가 선생님께서 손꼽으시는 절대노동량을 덜어 드려야 할 텐데요.^^;;;;

09·10·25 13:22  

     
  올 11월에는 [314]  laopassana 09·11·03 1936
  250/115 [180]  laopassana 09·09·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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