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opassana  | 2009·07·15 11:34 | HIT : 2,132 | VOTE : 213 |
학교에 딸려 있는 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4학기나 등록을 하고도 그동안 이용할 생각을 한 번도 안(못)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지나간 학기에 과연 내가 어떻게 지냈으며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뭐 그럴만 하다고 속 편히 결론내리게 된다.

사실 어제 발목에 통증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매일같이 1시간 가량 동네 주변로를 뛰고 있을 것이다. 다시 뜀박질을 재개한 지 6주. 그동안에는 발목을 삐긋한 적도 없었고 완급을 조절하며 꽤 능률적으로 잘 진행이 되었는데, 어젠 웬일인지 뛰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왼쪽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점점 심해져 일찌감치 발검음을 집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은 멀쩡할 뿐 아니라 걷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자세를 잡고 뛰기 시작하면 통증이 전해지니 참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동안 내 체중을 그대로 받아 온 발목이, 아니 조깅할 때 발과 발목이 받는 하중은 체중의 3배 가량 된다고 들었는데, 결국 이상신호를 보낸 것같다. 참다 참다 마침내 좀 쉬고 싶어진 것일지도. 조깅화를 바꾸어 볼까, 아니면 며칠 푹 쉰 후에 울퉁불퉁한 주변 인도가 아닌 평평한 트랙이 있는 학교 필드에서만 뛰기로 할까 등등 여러 생각들을 해보지만 영 내키지가 않는다.

지난 가을 이후 이런저런 일들로 운동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특히나 지난 봄학기에 받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는 만사에 대한 집중력과 의욕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많은 양의 저단백 고칼로리 음식을, 마치 주문에라도 걸린 듯, 걸신 들린 듯 헤치워버리게 만들었다. 섭취된 칼로리에 가장 정직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램된 내 신체조직 덕에 체중은 불어만 갔고 점점 꽉 끼어오는 청바지를 접할 때마다 짜증은 배가 되기 시작했다.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는 다시 마음을 추슬러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우고, 오랫동안 쉬었던 조깅을 재개, 상당히 오래 지속해 왔고, 발목만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앞으로도 계속되었을 텐데,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나 좀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발목 나을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시간이 좀 아까운 감도 있고 해서, 이를 대체할 다른 여러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종국에는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수영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는 수영장도 골라가는 재미가 있었을 테지만, 넓고 한적한 촌구석인 이곳에서 규격을 갖춘 실내수영장을 구경하려면 학교 시설물 중의 하나인 체육관으로 가야만 하는 단순하지만 상당한 수고를 해야 한다. 발목 통증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아니 오히려 통증완화와 치료에 도움이 될, 유산소 전신운동으로서 수영의 장점을 말하라면 몇날 며칠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지만 생략하고, 암튼간 출국할 때 이미 챙겨 왔으나 2년 가까이 방치된 수영 장비를 마침내 알차게 사용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학생 신분이라 짐 이용료는 아주 저렴했고 풀장은, 올림픽 대회를 치룰 만큼 대형 규격은 아니었지만, 갖출 건 거의 다 갖추고 있어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특히나 서울에서는 구경해보지 못했던 풀장의 삼분의 이 가량이 아주 깊은 수심인 점은 참 마음에 들었다(일단 경계를 지나면 발을 딛고 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약간 무섭게 들릴 수도 있지만, 깊은 바다에서 수영하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어찌됐든 괜찮은 긴장감이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샤워실에서 마주한 오랑우탄마냥 덥수룩한 코카시안들의 알몸과 풀장 여기 저기서 들려 오는 다개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인도어, 아랍어, 기타어)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라 그런지 상당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1시간 가량 물장구를 치고 나오니 2파운드가 감량되었다고 확인된다. 2파운드면 900그램 정도. 수영황제 펠프스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가 성인 일반권장량의 6배인 12,000 칼로리라는 사실이 이해가 되는 순간. 한마디로 엄청 진을 빼는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단, 접영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체력소모 정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겠지만.

마지막 수영 이후 2년 가량 휴지기에 들어갔던 근육들이 활발하지만 격렬한 활동을 벌이며 생장기에 다시 들어서인지 문자 그대로 온몸이 참으로 뻑적지근하다. 기분 좋은 통증으로 여기긴 해야겠다만, 매일 헤엄칠지 격일로 할지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할 일이다.

체중, 체력, 칼로리 소비량, 건강 등등의 말에 이렇게 관심과 신경이 쏠린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확실히 아저씨의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만 같다. 츱츱..

finching 제목만 보고 이삿짐이나 그런 덩치큰 덩어리를 연상하다가, 첫줄 읽으면서는 학교에 Jim이라는 아주 친절한 친구가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가...이런이런.^^;;; 드디어 체중, 체력...이런 것에 신경을 쓸 시기가 되었군요. 체중 늘었을 때는 뛰면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을테고...아무쪼록 '짐'과 친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09·07·16 17:54 삭제

laopassana 그러게요, 저도 약간 의식하긴 했었는데, 한국에서도 그냥 '짐'이라고 줄여 사용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길래, 오랜만에 한 글자 제목이 가능할 것같아 그대로 밀어 부쳤습니다.^^ 평소 되도록 '무위자연' 혹은 '렛잇비' 정신을 모토로 살고저 하는데, 체중과 건강에 있어서만큼은 확대 적용하기가 정말 어렵, 아니 불가능하네요. 이런 경우엔 '과유불급' 카드를 꺼내야겠죵...^^;;

09·07·17 04:13  

     
  작별 [111]  laopassana 09·07·18 3242
  PRETERITE [31]  laopassana 09·07·12 2409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