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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지 이틀 정도 지난 이제 열흘 뒤면 찾아 올 봄학기 개강 준비로 조금 분주해야 할 상황인 듯하다.
뉴욕에서 꽤 오랜 시간을 동생과 함께 지내다 조지아주 둘루쓰(Duluth)시에 정착한 지 4년 정도 된 사촌 누나는 나와 무려 열 다섯살이나 차이가 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정말로 오랜만에 얼굴을 봐서 그런지, 그리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반가웠고 누나 또한 살갑게 대해주셨다. 중학교 1학년 밖에 되지 않은 조카 녀석은 벌써 키가 나랑 비슷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열심히 일하는 매부와 함께 누나 가정은 단란하고 화기애애해 보였다.
도착하기 전까지 아틀란타에서 사는 것으로 착각을 한 관계로, 혼자 여기저기 다녀 볼 애초의 계획은 무산되었으며, 개인행동이 크게 제약받는 조지아주 지역상황으로 인해 다양한 관광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살고 있는 빙햄튼이나 가끔 가 보았던 뉴욕과는 달리 둘루쓰는 자가용없이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참으로 넓고도 넓은 동네였다. 고속도로 변에 주택단지들이 늘어서 있어 인도를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인도가 있는 곳에도 정작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광경을 목격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이런 지역상황 덕분에 사촌누나와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한편으로 좋았지만, 서로 일정 맞추느라 좀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고 그랬던 것 또한 사실.
유학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동생 하나가 조지아 대학에서 석사 공부를 마치고 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마침 누나가 사는 둘루쓰에 있다 하여 3년 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은 이 친구 덕에 구경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맨하탄에 비해 화려할 순 없지만, 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다운 고층빌딩 숲과 조용하고 깔끔한 거리 풍경이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부만 하느라 애틀란타 다운타운에 자기 차를 가지고 온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만, 웬걸 정말로 다운 타운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급기야 역주행(인 줄 모르고 달리다가)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다행인지 불행인지 경찰차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티켓을 끊게 됐다. 사이렌으로 정지 신호를 받은 뒤 차 안에서 30분인가를 대기한 후, 면허증 제시하고 위반조항을 설명들은 뒤 또 한 20여 분 기다려 면허증을 돌려받고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을 경청하고 나서야 귀가길에 오를 수 있었다. 약 3주 후 법원에 가 150불 정도의 벌금을 내고 3년간 보험료 인상이라는 상당한 처벌 때문에 혼란스러웠는지 집에 오며 몇 번 또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무사 귀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벌금은 대신 못 내주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뭐 약간의 관광지를 구경하고 조만간 추억이 될 소소한 일들을 겪는 것으로 이번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세세한 계획없이 좀 급박하게 결정된 여행이라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좀 어렸더라면 달랐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누나들 집에서 잠을 자고 신세를 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고 개운치가 않다. 혼자 오래 지내다 생긴 변화일 수도 있고, 늙어가는 징후로 보일 수도 있겠다만, 다시 혼자가 되어 지내는 요즘이 참 편하고 재밌다는 확신이 드니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 다시 돌아왔고, 또 다른 챕터의 생이 곧 시작될 터이니 눈여겨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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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복귀, 그리고 일상 [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