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이사
 laopassana  | 2007·09·15 13:57 | HIT : 4,148 | VOTE : 507 |


집을 통째로 옮기지 않았지만 유일한 주 생활공간인 방을 바꾸어버렸다.

효율적인 공부와 심신의 안정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물론 분명한 원인과 이유와 발단이 있다. 아래층 녀석.

같은 과 대학원생인 녀석은 텍사스주 출신 사내아인데 방학 땐 고향 텍사스에서 지내느라 존재를 확인할 길이 없었으나 개강과 함께 돌아와 현재 나와 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개강 첫 주에는 주로 학교에서 지내느라 집에서 공부할 일이 많지 않았는데 개강이 좀 지난 이후에는 학교보다는 집에서 공부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와 동시에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녀석의 존재가 너무나 강력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집구조가 완벽하게 동일한 관계로 내가 쓰는 방 아래 똑같은 크기의 녀석의 방이 위치하고 있다. 다른 방보다 약간 크고 창문이 두 개 난 방이어서 옷장 딸린 방을 창고로 쓰고 이 방을 쓰고 있는 건데 나보다 1년 먼저 입주한 녀석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언제부턴가 녀석의 목소리가 자주 들리기 시작해 난 친구들 불러서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가만 들어보니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뭐 전화 통화야 나도 하는 것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녀석의 목청은 보통사람의 몇 배 이상이었고 아주 즐겁고 수다스러운 통화는 주로 밤에 하는 것이 아닌가. 뭐 이것도 여기 휴대폰 통화료 부과 시스템이 야간엔 무료인 것까지 인정해서 좀 참아보려고 했다. 나도 밤에 통화를 하긴 하니까.

분명 녀석은 대학원생인데, 어떻게 통화를 몇 시간씩 하는지 점점 이해가 가지 않기 시작했다. 그것도 매일 새벽에 낄낄거리며 맘놓고 통화를 할 수가 있는지! 어젠 녀석 덕분에 침대에서 아침을 맞았다. 새벽 3시에 잠을 청하기 시작했는데, 물론 통화는 그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다. 끊겠거니, 곧 끝나겠지, 놈도 잠을 자야 할 테니, 4시 전엔 끊겠지를 맘 속으로 되뇌이며 전전반측을 거듭하다 7시 쯤 조용해져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공부할 때도 방해되고 잠을 잘 때도 방해되니 이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 것이다. 내려가서 이야기를 해볼까도 생각해 봤으나 그렇다고 전화를 안 하고는  살 수 없을 것이고, 분명 얼굴 붉힐 말들이 오갈 것이며, 위에서 사는 내 행동에 제약도 생길 것이 분명해 보여 결국 늦게 입주한 내가 옆방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세로 길이가 약간 짧을 뿐 옷장도 딸려 있는 방이라 가구를 다시 다 집어 넣고 보니 상당히 아늑하고 주방이랑 붙어 있어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녀석의 소음도 차단해주는 등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마구 마구 최면을 거는 중이다.

방금 확인을 해 보니 이전 방에서는 여전히 녀석이 통화가 생생하게 들린다(지금도 또 통화를 하고 있다!). 다시 옮긴 방으로 건너 오니 거의 들리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볼 때 녀석은 밤에 주로 자기 방에서 희희낙락거리며 통화를 하므로, 나의 결정은 옳았다고 할 수 있겠다.

남의 나라, 남의 집에서 사는 거 만만치가 않구만. 쩝..




finching 방음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요. 직접 아랫집 총각에게 말하기보다는, 주인 아줌마(혹은 아저씨)에게 이야기해서 조치하는 게 낫습니다. 방음이 잘 안 되는데다가 아랫집 총각이 새벽 내내 떠들어서 잠을 전혀 잘 수가 없다, 천정과 벽에다 방음용 보드를 하나 덧대주든가, 아니면 아랫집 총각에게 '정상적인 일과 시간' 이외에는 소리를 내지 말아달라고 얘길 좀 해달라..하는 식으로. 가령 최소한 밤 12시-아침 6시 사이엔 소음을 내지 말라는 house rule 같은 걸 전달해달라는 식으로요. 본인에게 얘기하려면 날 밝을 때 하시구요, 이놈의 집이 벽이 얇아서 통화 내용이 시시콜콜 다 들리니까 감안해서 얘기해달라는 식으로 하면 좀 덜 불쾌해합니다. 사생활이 다 노출되는 것은 그쪽도 원하지 않을테니까요.

07·09·15 16:20 삭제

laopassana 음..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군요. 전 그냥 아무도 신경 안 건드리고 너 좋고 나 좋자, 를 기준삼았는데, 장기적으로 보니 세입자의 권리를 찾아가는 쪽이 더 바람직하겠네요. 말씀하신 그 house rule 은 최초계약서에 분명이 명시되어 있거든요. 11시 넘어서는 어떤 소음도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유용한 팁, 감사합니다. 암튼 방 옮긴 첫날 정말 간만에 세상 모르게 잘 수 있었습니다. ^^;;

07·09·16 00:38  

rhymer 나 사는 곳은 그런데로 조용한 편인데, 주말만 되면 앞 동에 사는 녀석 하나가 파티를 여네,, 이것들은 뭘먹고 살아서 목소리가 저렇게들 큰지 오늘도 파티 중이다, 이럴 때마다 경찰을 부를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참는데, 선생님 말처럼 나도 하우싱 오피스에 전화나 해 봐야 겠다. 너나 나나 사는게 비슷한지 공감가는게 많네^^ 홈피 개설 축하한다,, 잘 둘러보고 간다,, 틈틈히 잼난 글 올리렴~

07·09·22 10:13 삭제

laopassana 그랬구나..난 방을 옮기고 나서도 새벽에도 계속되는 통화질을 견딜 수 없어 결국 주인아주머니께 중재를 요청했고, 녀석의 사과를 받아냈다. 시차가 있는 곳에 사는 자기 피앙세와 가족 때문에 늦게까지 통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론 조용히 굴겠다고 그러더라구. 나두 뭐 통화할 때 있구 그러니깐 서로 이해하자는 선에서 마무리지었지. 그 이후론 많이 조용해졌다. 커뮤니케이션의 힘~^^ 학기 잘 꾸려나가길 바란다~!

07·09·24 03:39  

     
  첫발제 [655]  laopassana 07·09·26 5079
  새집 날림공사에 부쳐 [12]  laopassana 07·09·13 8207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