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방학
 laopassana  | 2011·03·15 23:24 | HIT : 7,613 | VOTE : 432 |
돌이켜 보면 그간의 봄방학에는 여행도 다니고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다채로운 일들을 계획하거나 경험했었던 듯싶다만, 이번 봄방학은 별 특이한 계획없이 조용히 지내게 됐다. 밀린 채점과 다가올 학기말 과업의 압박을 떠올리면, 숨 고르고 물 한 잔 정도 마실 수 있는 축구 하프타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같다. 평일 아침 다소 늦게 일어날 수 있는 여유와 삼시 세끼 요리의 즐거움 등이 그나마 봄방학이 주는 작은 혜택임은 부인할 수가 없긴 하지만...

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일본 소식을 접하며 문득 일본 열도의 지정학적 불안요소가 그간 정치와 문화에 미쳤을 영향의 정도가 얼마나 엄청났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선시대 이후 끊임없는 한반도로의 진출시도와 특이한 천황제 아래 대의민주주의 등등이 지정학적인 요인과 그렇게 밀접한 관련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열도에서가 아니라면.

인간은 모두 대자연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을 터인데,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 종교에 기대어 다른 생명체들의 희생과 자신의 안전을 비교하며 안도의 숨을 쉬기도 하나보다. 가장 전형적인 그릇된 종교의 예가 아닌가 싶다. 다른 이의 삶과 그 희생을 담보로 제 안전을 챙기고 더 나아가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는 일부 괴이한 목사들에만 국한된 것 같지는 않다. 만인평등이 아닌 특정계층 상향평등과 다수국민 희생 불가피를 국정기조로 삼는 MB 정권의 통치철학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건 아닐까?  선택받은 자들의 안도의 한숨은 언제나 선택받지 못한 자들의 고통의 한숨과 대응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사족이지만, 자연인 MB는 최근 일본 대지진과 관련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할지, 무릎 꿇고 통성기도나 하지 않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봄방학을 맞아 다시금 조용해진 캠퍼스와 아파트 단지, 그러나 여전히 복잡한 머릿속!

finching 꼭 종교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더라도, '일본이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라는 식의 담론은 정말 흔하게 나오는 것같아요. 매우 비과학적이고 몰상식한 얘기이긴 한데, 아마 자기 나름대로 이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이겠지 싶습니다. 황금같은 봄 방학, 달콤하기를!

11·03·24 12:26 삭제

laopassana 일견 그럴싸하지만 단순순진난폭한 그런 담론이 결국 자신에게로 향할 수도 있음을 인지했더라면 그간의 숱한 인재지변 또한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황금같은 봄 방학을 떠나 보낸 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갑니닷. 잠시 나태모드로 육신은 꽤 행복했었는데, 어떤 (충분히 예상가능한) 이유에선지, 맘은 계속 편치가 않네요. 이런저런 과정이 끝나기 전까진 아마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봄방학'을 맞이하는 일이란 쉽지 않을 듯싶습니다. 그저 상당히 색다르고도 남을 약 4개월간의 장구한 방학이 시작되는 4월 말을 기다릴 밖에요.^^;;

11·03·2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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