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laopassana  | 2011·02·24 09:19 | HIT : 2,595 | VOTE : 485 |
첫학기 내내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차곡차곡 누적되어 온 강의 내공 혹은 '요령' 덕에 티칭에 대한 부담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업과 개인연구에 매진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나름 계획해 놓은 꽤 빡빡한 년차 안에 학위과정을 마칠 수 있을성 싶기도 하다.

모두 미국시민권자였던 지난 학기에 비하면, 이번 작문 수업엔 '외국인' 학생들이 여섯명이나 되므로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다. 수업 시간, 특히 개인별 컨퍼런스 때마다 '외국인' 선생과 대화를 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에 너무 동화된 나머지 혹은 너무 신경이 쓰인 나머지 전달할 단어의 종류 하나 하나, 구사해야 할 구문의 종류 등등이 줄곧 복잡한 머릿속을 마구 헤짚고 다닌다. 인도에서 온 아이들을 대할 땐 그나마(?!) 괜찮지만, 중국에서 온 아이들을 상대할 땐 서로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물론 내색은 잘 하지 않지만-- 참 난감하고 곤혹스럽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첫학기부터 수업준비와 수업을 위해 학교와 집만을 왕복하는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패턴으로 인해 여기 친구들을 사귈 시간을 거의 가질 수 없어서 그런지 내겐 아직도 대학원 세미나 수업과 그 분위기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그나마 그간의 수업에선 동료 대학원생들의 문화권분포도가 상당히 광범위해 이것이 마냥 자연스러운 풍경인 줄로만 알았는데, 현재 듣는 어떤 수업에서는 구성원들의 어떤 '경계'가 너무나 확연히 나뉘어 있어 새로운 경험의 문턱으로 들어선 기분이다. 나를 제외한 (교수 포함) 수강생들이 모두 '백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로 구성된 수업에 참여하기는 유학와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좀 신기해 하는 중이다.  9/11관련 소설을 다루고 있는 수업이라 발언의 기회를 가져오기도 쉽지 않고, 막상 발언을 한다 해도 대명사 "we" 나 "they" 등의 주어나 목적어마저도 나를 끈질기게 '호명'하는 듯해 에너지 소비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워낙 관심있고 할 말 많은 주제라 재미있게 수강하고 있음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섹션의 주제도 점점 지구화와 탈식민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앞으로 보다 흥미로운 순간과 논점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만 두고 볼 일이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또 사람을 알아가고 사귀는 일이 참 쉽지가 않다. 내용은 거의 다 잊혀진 채 자꾸 제목만이 뇌리를 맴도는구나, [타인에게 말걸기]. 주거니 받거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평온하거나 행복하거나!

그런 수도 있군요 조티가 쓰레시홀드를 넘는 것이 힘들다고 하셨으니
이번에 넘으시면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11·03·15 04:07 삭제

laopassana 쓰레숄드...불가지성인 경우엔 조금 더 복잡할 듯하나, 매번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때론 그냥 걸쳐 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11·03·1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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