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을 구입한 지 이주 가량 지난 듯하다. 개강 즈음에 일단 결제만 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오늘에서야 일단락을 짓는다.
지난 이주간 계정을 구입해 제로보드를 설치하고 html 언어와 나모웹에디터 프로그램 사용법 배우고 익히느라 인터넷을 뒤지며 내 안에 있는 수 많은 '나'는 내게,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고 줄기차게 다그치고 또 다그쳤으며, 이 질타성 물음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발단은 파란 블로그였다. 정부의 게시판 실명제 실시와 때를 맞추어 운영진쪽에서는 로그인을 하지 않은 네티즌들은 모두 글을 쓸 수 없도록 제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각 게시판은 물론 심지어 방명록에서조차도 회원이 아닌 사람은 아예 입력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정은 잘 알겠으나 방명록까지 막아 놓은 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내용으로 장문의 항의메일을 운영진에게 보내 보았으나 돌아오는 답은 지극히 원론적이고 딱딱한 회사방침의 전달이었다.
물론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부 댓글이나 안부글을 남기지는 않지만, 안 쓰는 것과 아예 쓸 수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아닌가.
블로깅을 해 온 그간 스킨 색과 프레임의 정렬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운영진과 마찰(?)도 있었던 터, 이 참에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희망했던 나만의 독자적인 공간에 욕심을 부려 보기로 했다. 그치만 하필이면 시기가 유학 첫해 첫학기 개강과 맞물려 버리는 바람에 극적인 요소는 더욱 배가되었고, 결국 기초다지기와 집허물기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공사인력도 태부족이었으며 악천후에 원자재 확보 난항과 설계도면 분실 그리고 불법 건축물 시비와 더불어 공사시행 기간의 압박 등등 제반 악조건 속에서도 일단 집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개발독재정권 마인드에서 나온 날림공사와 뜻하지도 않은 뉴욕주 5일 연휴(유태인 새해 연휴라 불리는 Rosh Hashanah recess)가 가져다 준 심신의 안정(?) 덕분이다.
유태인 설날인 오늘 나는 미국에서 두번째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었고 내 생애 첫 온라인 부동산을 소유하게 되었다. 작고 초라하고 정신 사나워 볼품 없지만, 나만의 공간이 주는 뿌듯함과 설레임만 가지고도 충분히 기념할 만한 날이다. 암튼간 기념하자. 뭘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