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알레르기, 그리고 애도
 laopassana  | 2012·09·10 00:30 | HIT : 1,977 | VOTE : 439 |
일년 사계절을 보내며 매 환절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며 무덤덤하게 나는 편인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는 매번 유독 그 적응기가 길고, 다소 혹독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강의를 하고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으로선 감내하기 버거운 알레르기성 비염에 안구질환이 한해도 거르지 않고 친절 방문하시어 꽤 오래 머물다 가신다.

연례행사로 반복되는 질환이라 나름 요령이 생겨 24시간 약효가 지속되는 항히스타민제을 복용하고 알러지용 응급 안약 등을 투여하며 최악의 경우는 면해보긴 하지만, 계속 흐르는 눈물과 콧물까지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환절기 알레르기성 질환과의 싸움이 절정에 다다른 열흘 전 목요일 서울로부터 비보를 전해들었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인 ㅎㅅㄱ 어머니께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다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신병훈련소에 이르기까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며 오랫동안 우애를 쌓아왔던 친구여서 그런지 대개의 부고가 전해주는 파장과는 깊이와 강도가 상당히 달랐다. 더군다나 자주 뵙고 이야기를 나누며 어머니와 쌓았던 개인적인 친분과, 그리고 가끔 물질적으로 직접적인 도움을 주시기도 했던 은혜 때문인지, 더더욱 실감이 나질 않았다.

시차로 인해 아침에 소식을 접하곤 가늠할 수 없을 친구의 상실감과 슬픔 등을 떠올리다 보니 나 또한 가슴이 먹먹해져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게 되었다. 결국 레슨플랜을 다 소화하지 못한 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아침 수업을 마치고 말았다.

영정사진도 못뵈고 이렇게 조의를 표하게 되어 오래되록 죄송하고 안타까울 것같다. 아주 먼 나중에 뵙게 되면, 몇백배로 갚아드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바랄 뿐.

친구들과 지인들의 경사스런 순간을 직접 축하해주지 못하고, 궂은 일에도 함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세월이 길어지며 조금씩 지쳐가는 시점에 접한 비보여서 그런지 이번 환절기는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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