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 그리고 이년
 laopassana  | 2012·06·30 08:07 | HIT : 2,142 | VOTE : 438 |

잠시 휴지기를 거쳐 다시 미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나올 때만 해도 무언가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도 했거니와 처음 맞닥뜨린 ‘나홀로강의’에 대한 부담감 또한 상당했던 관계로, 살림살이 장만이나 집안 공간 활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지 못/안 한 채 첫 해, 그리고 그 다음 해를 지내온 듯하다. 물론 코스웍 기간이기도 하였으므로 시간과 여유가 나지 않기도 하였고.

이제 2년이 지났고 또 앞으로 이 시간만큼을 지내고 나면 학위 취득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얼추 마무리되지 않을까하는 ‘희망플랜’을 세우고 나니 할 일이 갑자기 넘쳐나기 시작했다.

일단 공부와 논문작성에 효율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잠깐 이사를 고려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아 현재 거주지에 끝까지 머물기로 결론내리고, 방에 있던 책장과 책상 및 기타 등등을 모두 거실로 옮기고 거실에 있던 침대를 방으로 원위치시키는 작업에 돌입. 무려 이틀에 걸쳐 방을 바꾼 후 늘어난 책을 깔끔하게 감당해낼 산뜻한 책장과 기타 사무용품도 좀 구입해주시고, 큰 보드 몇 개와 스케쥴표로 이곳저곳 장식해주시니 제법 분위기(?)가 나는 듯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 사는 세상이 어쩌다 이런(지경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항상적 염두 차원에서 세계지도 또한 필수 아이템.

앞으로 2년 남짓 이 새로운 공간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학위논문 작성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에 몰두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졸업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 혹은 멀티 과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어학이 아닌 영문학 전공 학위로 여러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향후 2년은 다른 한편으론, 보다 더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정규냐 비정규냐의 문제로 또 한참을 괴로워하겠지만, 취업준비 과정으로 종종 변모되기도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노골적으로 반영되어 접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더라도, ‘연구실적’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와 관용적 용례 모두를 적극적으로 내화해내려 노력도 해야 할 것이고, 설립자와 그 재단의 정신에 따라 없는 종교를 만들어 ‘신자증명서’ 내지는 담임목사 추천서를 위조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일에도 무뎌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서열’과 ‘위계’의 기본정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적인 ‘교류’를 상식으로 받아 안는 대학 선생 다수와, 여전히 ‘영문학’을 문자 그대로 ‘완벽한’ 분과학문으로 믿고 학기마다 작품강독 수준의 같은 강의를 거의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정작 본인은 자신에게 ‘현전’으로 다가오는, 바로 그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해 언제나 ‘열공집필모드’인, 저명하다고 알려진 학자들 상당수 또한 직간접적으로 마주해야 하기도 할 것이다.

조만간 내가 다시 첫발을 내딛게 될 공간과 그 구성원들에 대해 나는, 요즘 유행하는 [용감한 녀석들] 코너 속 주인공들처럼, 과연 얼마나 ‘용감’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개의 경우 가장 수평적이고 진보적이라 묘사되는 대학사회의, 이 투명하디 투명해 존재여부를 가리기조차 어려운, 이 평온과 낙관의 ‘거품/방울’을 과연 나는, 내가 다치지 않고, 터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려나. 거품/방울 안으로, 자발적이거나 강압적으로, 들어갈 수도. 아님, 거품/방울이 되어 사라질 수도.

finching 공부하는 사람들의 방이란 대개 비슷비슷하죠. 특히 비슷한 분야라면 더더욱. 어디서 참 많이 본 방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이하다면, 화면 아래쪽의 커다란 물통 두 개...? 저렇게 커다란 물통이 왜 책상 위에 있는지 궁금. 마치 대장내시경 하기 전날 창자를 모두 비우기 위해 억지로 들이켜야 하는 느끼하고 역겨운 그 액체가 담긴 통 같기도 한뎁쇼.ㅋ

12·07·25 11:55 삭제

laopassana 네, 그냥 '순수'하게 책만 읽던 시절엔 몰랐는데요, 이젠 책 읽는 과정 혹은 결과를 어떤 가시물로 남겨놓아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그 '동선'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보다 더 입체적이고 널찍한 서재가 욕심이 나긴 하지만, 아마 나중에 한국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아, 그 책상은 공부하는 책상이 아니라 밥 먹으며 룰루랄라할 때 쓰이는 식탁 겸용 테이블입니다. 거실과 주방이 모두 정사각형 한 공간 안에 있어서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촬영(?!)을 위해 서 있는 공간에는, 그러니까 테이블 뒤로는 냉장고, 싱크대, 밥솥, 가스렌지 등등이 있는 주방이라 미처 정리되지 않은 잡동사니들이 뒹굴곤 합니다.^^;;;

12·07·2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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