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명상
 laopassana  | 2012·03·05 00:18 | HIT : 2,133 | VOTE : 419 |
하체 쪽으로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반면 허리와 배 부위에 지방 쏠림 현상이 심한, 이른바 아저씨 체형으로 점점 변해가는 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학교 수영장을 찾았다. 이전 학교의 수영장과 비교해보아도 양질의 측면에서 월등한, '착한' 수영장이랄 수 있는 이곳을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이용할 수가 없었는데, 다시 찾고 나니 그간 열심히 이용하지 않은 시간들이 좀 후회로 다가오기도 했다.

풀장은 원래 대회 규격에 맞는 50 미터 레인 8개를 갖추고 있는데, 평상시에는 더 많은 이용객들을 위해, 더 많은 수용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로로 쪼개어 레인을 운용한다.

조깅을 하는 동안에는 이어폰으로 음악도 듣고 주변의 풍광도 감상할 수 있지만, 물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풀장 속 물 색깔을 문학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관찰하거나, 눈을 뜨거나 감은 채 무언가를 스치듯 또는 골똘히 생각하는 일이다.

최초 10회 정도를 왕복할 생각으로 출발을 했으나 막상 열번 째 턴을 하고 나니 뭔가 아쉬운 듯해 멈추지 않고 계속 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유산소 운동은 20분 정도 이후 시점에서부터 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한다고 알고 있어, 조금이나마 더 많은 지방을 내보내고 싶기도 하였거니와, 예전과 달리 몸이 크게 힘들어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한 몫을 했다.

근육도 물러지고 날로 통통해지는 몸으로 이렇게 오랜만에 수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회를 넘게 왕복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수영을 하며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원래(?) 좋은 폐활량과 끽연을 멈춘 지난 2년 동안 조금 업그레이드된 심폐기능, 그리고 매우 비정기적으로, 간헐적으로나마 지속해 온 조깅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생활의 대부분이 책상이나 테이블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직업군에 있는 나로선 아저씨 체형으로 완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몸짱뇌꽝 혹은 뇌짱몸꽝의 이원론이 언제나 참일 수는 없기도 하고, 나름 새로운 인간형, 몸과 정서와 이성 등을 하나의 차원에서 풀어낼 수 있는, 요즘 유행하는 말을 좀 뒤섞어, 융통합 인간형에 다가가고자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서른 바퀴를 헤엄치는 동안 생각했다.

공복에 운동을 하게 되니 막바지에는 먹고 싶은 음식들이 줄줄이 떠올랐고, 그 중 하나가 브라우니였는데, 안타깝게도 제과점이나 마켓에서 파는 공산품은 너무 달거나 비싸 그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품목이었다. 허나 오랜만에 재개한 수영을 계기로 그동안 애써 관심 밖으로 밀어냈던 제과제빵에 마침내 손을 대기로 결정을 해버렸다, 순식간에, 물 속에서. 재료를 사고 반죽으로 하고 오븐에 구워내니 맛좋은 부라우니가 완성~! 역시, 시작이 반이로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게 될 쯤 경지에 오를 몇가지가 있을 듯하다. 수영, 장거리 달리기, 요리, 제빵 등 적어도 서너 가지에는 좀 자신이 생길 듯싶다. 그러고 보니, 전부 '나홀로' 할 수 있는 것들...흠



    
     
  코스웍만 6년째 [5]  laopassana 12·05·11 2664
  새해 복귀 후 단상  laopassana 12·01·11 2215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