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귀 후 단상
 laopassana  | 2012·01·11 17:29 | HIT : 2,214 | VOTE : 403 |
한국에 이십여일 머물며 초반 며칠을 시차적응하느라 고생했는데, 이는 미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밤 9시 정도에 취침에 들어 길어야 3시간 정도 잠을 자고 나면 눈이 뜨이는데, 아무리 잠을 청해도 다시 잠들지 않으니 좀 당황스럽다. 계속 방학 중이면 상관없겠는데 복귀하자마자 바로 학기가 시작된 현재로선 매우 피곤한 몸으로 주간생활을 하고있다. 지금도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점인데, 몇 시간 전에 깨서는 정신이 너무 멀쩡해 강의준비와 교재주문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언제쯤 낮에 활동하고 밤에 푸~욱 단잠을 잘 수 있을까?ㅡㅡ;;;

늦둥이라는 태생적 조건때문인지는 몰라도, 건강하게 나이들어가시는 모습에 안도를 하기도 했지만, 노화속도는 점점 빨라만 지는 것같아 뵐 때마다 계속 짠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대중목욕탕에서 등을 번갈아 밀 때 확인한 아버지의 기력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오래 별렀던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고, 보고 싶은 지인들과 유쾌한 회합도 가졌고, 논문작성에 필요한 서적과 자료들도 잘 정리해 가져올 수 있었으니 이번 방문은 대체로 즐거웠다고 할 수 있을 것.

허나 중간중간, 어쩌면 지금까지, 아니 향후 몇 년간, 이 자리를 찾지 못한 이의 애매모호한 자세와 상황이 계속 나를 단련시키거나 애달프게 하리라는 불안이 따라다니고 있음을 발견했지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애.정.남 최효종은 어떤 진단을 내릴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하다만.

언젠가 박사과정 유학생을 통틀어 "배 없는 어부"에 비유한 설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같기도'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기도 하고, 여튼 재미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수사다. 만일 그 박사과정 유학생이 나이가 꽤 든 비혼자라면 앞 뒤로 어떤 수식어가 첨가될지...?

이번 학기 영작문 수업 학생들은 남녀의 성비가 거의 반반이라 좀 흥미롭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 동안엔 여학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꽤 낮아서 '젠더'관련 이야기를 할 때 약간 거시기했는데, 이번엔 좀 신나게 강의를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에도 한국학생이 두어명 보이긴 하는데, 여전히 흑인학생은 찾아볼 수가 없다. 구성원이 좀 더 다양해져야 하는데, 내 영역의 일이 아니라 좀 아쉽다.

수강 요구조건의 마지막 한 과목 강의계획서를 받아 본 오늘 나를 비롯한 동료들의 한결같은 농담조의 말, "Isn't he insane?" 한 학기 동안 읽어나갈 필수 문학작품 및 이론서가 무려 스무권이라는 단순한 사실에 다들 놀란 듯! 얼추 계산해봐도 350불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학기 초 일괄구입은 불가능할 것이니 다양한 전략으로 시간차 깨알 구입을 고려해야겠다.

코스웍도 거의 마무리됐고, 논문주제도 거의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자격시험과 논문작성. 올해를 넘기면 후반전 중에서도 절반을 넘기게 된다. 이젠 서서히 학위 취득 후의 삶, 귀국 후의 삶을 그리는 일도 병행해야겠다. 추상화가 될지 정물화가 될지 모르겠다만, 일단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붓을 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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